외국인·외국법인과 전자계약, 무엇으로 본인을 확인할까
국적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떤 권한으로 계약에 동의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입니다. 변호사의 관점에서 이메일, 문자 인증, 서명과 계약 이후의 증거를 살펴봅니다.
“일본에 있는 거래처도 링크를 열고 서명할 수 있나요?”
한 고객의 문의를 받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일반적인 계약에서 상대방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전자서명을 달리 볼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계약을 실제로 한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그 과정을 나중에도 설명할 수 있는가입니다.
대한민국 전자서명법 제3조는 전자적 형태라는 이유만으로 서명의 효력이 부인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358조는 본인 또는 대리인의 서명이나 날인이 있는 사문서의 진정성립을 추정합니다. 분쟁에서는 본인의 서명인지, 누가 어떤 권한으로 계약했는지와 계약의 내용 등을 구분하여 살피게 됩니다.
서명 하나보다 증거의 묶음
종이계약의 자필서명이나 인감도장도 분쟁의 가능성을 완전히 없애지는 않습니다. 서명이나 날인이 부인되면 필적·인영 감정뿐 아니라 계약 전후의 대화, 서류 전달 경위와 실제 이행 내용 등으로 진정성립을 입증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필적 감정만으로 증명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자계약도 마찬가지입니다. 평소 거래하던 업무용 이메일로 계약서를 보내고, 그 이메일이나 휴대폰으로 인증번호를 확인하고, 문서를 열고 서명한 시각을 남깁니다. 이 기록들이 같은 사람과 같은 문서로 연결될수록 계약 과정을 설명하기 쉬워집니다.
팩터리는 이메일·문자 발송 기록, 문자 PIN 인증, 서명 시각과 접속 기록, 완료 문서와 감사추적 기록을 통해 계약 과정을 남깁니다. 문자 인증은 해당 번호로 전달된 코드를 확인하는 절차이며 통신사 명의자의 실명을 조회하는 인증과는 구분됩니다. 이메일로 링크를 보냈다는 사실만으로 이메일 명의자의 신원이 확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문서의 해시값은 이후 파일의 변경 여부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해시값 자체가 서명자의 신원이나 대표권을 증명하지는 않습니다. 서로 다른 기록이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계약의 신뢰를 보강합니다.
외국법인은 서명 권한까지 확인
외국법인과 계약할 때는 회사 이름과 실제 서명자를 함께 확인합니다. 서명자의 성명, 직위, 업무용 이메일을 기재하고 그 사람이 회사를 대표하거나 위임받아 계약할 권한이 있는지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문제는 국내 법인과 계약할 때도 같습니다.
계약 금액이나 위험이 크다면 법인 등록자료, 대표자에 관한 자료 또는 위임장을 추가로 받을 수 있습니다. 필요한 상황에서는 신분증 확인이나 서명인증·공증을 검토할 수도 있습니다. 여권번호를 적거나 사본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실제 서명 행위까지 증명되는 것은 아니므로, 서명한 사람과 자료의 명의인을 연결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거래에 여권 사본을 요구할 필요는 없습니다. 개인정보의 수집 근거와 보관 범위도 함께 고려하여 계약에 필요한 만큼 확인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계약 이후의 확인도 증거
서명이 끝났다고 입증을 위한 기록도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완료한 계약서를 평소 주고받던 이메일로 보내고, 계약 내용에 이어지는 업무를 협의해 보세요.
“오늘 서명한 공급계약서의 납품일은 10월 15일입니다. 계약서에 기재된 장소로 배송을 준비하면 될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상대방이 같은 이메일로 납품일과 장소를 확인해 회신한다면, 서명 기록에 계약 내용에 따른 후속 대화가 더해집니다. 계약금 지급, 발주, 납품과 검수 기록도 계약 체결과 이행을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같은 이메일 계정에서 온 회신만으로 모든 의심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금액이 크거나 평소와 다른 요청이라면 기존에 알고 있던 전화번호 등 별도 경로로 확인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같은 자료를 많이 모으는 것보다 서로 맞물리는 신뢰할 만한 증거를 남기는 일입니다.
국경을 넘는 계약의 준비
종이계약이든 전자계약이든,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계약 당사자와 동의 내용을 보여주는 기록의 중요성은 같습니다. 여기에 국제계약에서는 준거법, 분쟁해결 방법, 언어별 계약서의 우선순위와 해당 계약에 필요한 현지 형식 요건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실제 서비스 이용 가능 여부는 법적 효력과 별개의 문제입니다. 해외에서 링크가 열리더라도 수신자가 사용할 수 있는 인증 수단과 언어가 지원되어야 계약을 끝낼 수 있습니다. 보내기 전에 상대방의 이메일·전화번호와 사용할 인증 방식을 확인해 주세요.
계약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보여주는 기록은 충실할수록 좋습니다. 이메일, 전화번호, 서명, 문서 원본과 계약 이후의 행동이 연결되면, 분쟁에서도 계약 과정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참고: 전자서명법 제3조, 민사소송법 제358조.